명 산/지리산

지리유산기-1/5

류산(遊山) 2009. 5. 15. 08:12

 나는 5학년이 되면서 부터 매년 한 두 번 씩은 지리종주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 까지 몸이 움직이는데 문제가 없는지, 체력은 얼마나 쇠잔해 져 가는지 ...

이것 저것 점검도 해 보고 무엇 보다 한 번 씩 종주를 하고 나면 며칠간 유지되는 하체의 뻐근한 뿌듯함(?)도 즐기며 체중도 한 번에 2Kg 내외가 단 번에 빠지는 쏠쏠한 재미도 있고 ...

지리에 안기어 遊山하는 즐거움은 말 할 것도 없고...

 

우리 선조들은 登山이라는 표현 대신 遊山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 것을 보면 자연에 대해 상당히

겸손한 자세를 유지한 듯.  나도 登山 보다는 遊山이라는 단어가 훨씬 마음에 든다.


올 해는 5월13일부터 5월 20일까지 일찌감치 회사에 휴가를 신청해 두었다.


혼자 가기 뭣해서 일행 한 명을 구해서 동행하기로 약속을 하고 사전준비를 한다.

동행자는 49년생으로 산행을 무척 즐기는 선배고 해서 모든 준비는 내가 알아서 챙기기로 한다


이 번 산행은 그야말로 철쭉이 피는 智異에서 유유자적하면서 저녁에는 맛있는 고기안주에 독한

술을 나누며 정분을 더 쌓아가야겠다는 취지로 아래내용과 같이 잔뜩 챙겨가기로 하고 저울에 무게를

달아보니 22KG나 된다. 하이구^^

 

중량이 작게 나가고 술에 취하는 방법을 모색하니 답이 금방 나온다.

양주는 넘 비싸고 50도 짜리 중국천진 고량주는 이마트에 가니 250cc 한 병에 1,550원 밖에 안 하더군요.

4병을 구입해서 중량을 감안, 가벼운 500cc 플라스틱 물병 2개로 옮겨 담는다.

하루에 1병(500cc/2명)씩, 그리고 첫 날 저녁은 닭 도리탕에,

 둘 째 날 저녁은 불고기 안주로 식사 겸 한 잔 하기로 계획하고서 고기들을 냉동실에 꽁꽁 얼린다.


1. 일 정 (5/13-5/16, 2박4일 - 1박은 야간열차에서)

   5/13 - 22시58분(영등포역 출발기준), 전라선 무궁화호 탑승


   5/14(遊山 첫째 날)

        - 3시28분; 구례구 역 도착

        - 택시 합승, 성삼재 이동

        - 5시40분; 노고단 대피소도착, 휴식, 아침식사

        - 6시10분; 노고단 앞, 종주시작

        - 7시25분; 임걸령

        - 8시34분; 삼도봉

        - 11시40분; 연하천대피소 도착, 중식, 휴식, 13시20분 출발

        - 14시40분; 형제봉

        - 15시34분; 벽소령 대피소 도착(1박)


   5/14(遊山 둘째 날)

        - 6시45분; 벽소령 대피소 출발

       - 7시54분; 선비샘(덕평봉)

       - 10시18분; 영신봉

       - 10시30분; 세석대피소도착, 중식, 휴식

       - 11시55분; 세석 대피소 출발

       - 12시17분; 촛대봉

       - 13시34분; 연하봉

       - 14시00분; 장터목 대피소 도착


5/15(遊山 셋째 날) ; 초속16m의 강풍과 비, 안개로 제석봉, 천왕봉, 치밭목, 대원사코스

                                포기함

       - 7시30분; 대피소 출발

       - 11시경; 백무동 시인마을 통과, 하산주, 중식등 닐니리


2. 준비물

  가. 장비류(내가 챙긴 것만 나열);  55리터 배낭, 휘발유/가스겸용버너, 휘발유1리터,

                                                   가스1통, 코펠1식, 고어텍스 상/하의 각1E/A, 내피1,

                                                   긴팔상의1, 반팔 상/하의 각1E/A, 양말2, 속옷상하1식,

                                                   해드랜턴(예비 밧데리 별도), 모자, 나침반, 스틱,

                                                   나이프, 수저 등

  

  나.  주부식; 8식 X 2명 기준

                    쌀(5끼 X 2 명), 라면 6개(2개/1식 X 3 식), 김치, 멸치볶음, 오징어볶음,

                    카레,  건육포, 생닭1,000그램(닭도리탕용; 밑간은 집에서, 양념세트는 별도구입),

                    호주산 불고기(양념 된 것570그램), 고량주1,000cc, 햇감자 5개,

                    당근2개, 소금(양치및 음식 간조절용)


  다. 비용;  약 24만원/2명

                 - 부식대; 약 5만원/2명

                 -  교통비: 약10만원/2명

                                하행 시 열차, 상행 시 고속이용, 구례구~성삼재; 1만원/1명(택시 동승)

                 -  대피소이용료; 3만원(1인1박에8천원, 담요1장당1천원)

                 -  하산후 뒷풀이; 약6만원(송어회, 매운탕, 밥, 보리물, 맑은물 등) 

 

 

5월13일 저녁 10시에 동행자(이하C선배라 칭함)와 영등포역 전라선 타는 곳에서 만나기로 하고 집을 나선다. 밤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생각도 못하고 기분만 업되어서 ...

 

 

 저녁21시15분경 일산 국립암센타 앞에서 87번 버스를 탑니다

 

 

영등포역 앞에서 하차를하고, 

 

 

지하상가를 건너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전라선 대합실로 향합니다.

 

 

도착하니 열시 오분... 5분 늦어 쬐끔 미안한 마음으로 ...

 

 

평소에 늦지않는 나나 선배인데, C선배는 아직 안나놔 있더군요. 흐음^^ 내가 먼저 왔구먼..

 

 

3일을 같이 부대낄 22킬로짜리 가방은 옆에 자알 모셔 뒀습니다.

 그런데 웬일!!

5분, 10분 아니 30분이 지날 때 까지 조금 늦겠거니 하며 기다렸습니다.

평소 약속은 정확한 사람이, 그것도 지리산 종주 약속인데...

그 때까지만 해도 나오지 않으리란 생각은 꿈에도 못했습니다.

40분이 지나도 안나오자 서서히 당황이 됩니다. 전화를 해도 신호는 가는데 받지를 않습니다.

10시58분 출발기차라 50분이 지나서야 먼저 티켓팅한 차표 한 장을 일부 손해를 보면서 환불했습니다.

아마 영등포까지 오기 귀찮아 용산에서 탔겠지... 자위하며

플랫폼에 내려 섰습니다.

 

 기차가 출발한 후 혹, 입장권으로 탔으면 좌석을 모를 수 있겠다 싶어 각 객실을 검문하듯이 훑어

봤지만 선배는 없었습니다.

갑자기 별생각이 다 들기 시작합니다.

먼저 화가 나기 시작하다가,

선배를 위해서 안주, 부식등 잔뜩 지고 왔는데 이 무거운 것들을 어떻게 처리하나... 짜증 스럽다가,

혹시 나오다가 교통사고나 나지않았는지...

나이는6학년에 입문 했지만 강철체력이라고는 하지만 갑자기 심장마비가 찾아오지는 않았는지..

여하튼 짜증과 내가 생각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은 다 생각하며 구례구에 도착합니다.

산행기분 완전 꾸겨진 채로...

 

 

노고단 대피소 취사장에서 라면으로 한 끼를 해결 합니다

중량을 줄이기 위해 젊은 산꾼들에게 고량주 500cc 한 통을 선물하고 쌀 1/2과 중량 나가는 감자3개, 당근1개등 불필요한 부식물을 대피소에 남기고 갑니다.

밤에 잠은 한 숨도 못잤죠, 별 생각은 계속 꼬리를 물지요..

암튼 혼자라도 일단 기분 좋게 그야말로 遊山 하자면서 마음을 추스립니다

 

 

노고단 올라가는 초입

 

 

 

일출 즈음

 

 

노고단대피소 전경

 

 

 

 

 

노고단 전경

 

 

도착시 출입이 통제되어 올라 가 보지는 못함 

 

 

 오늘은 1부로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처음으로 글을 카페에 게재하는 관계로(모르면 슬퍼..) 점심 때까지 연하천까지 간 사진과 글을 잔뜩

쓰고나서 등록 단추를 누르니 용량초과라나 ... 그래서 한 참을 지우고 나니 등록이되는구먼 .. 쩝.

 

 시간나는데로 전 일정을 기록해 볼까 하는데... 한꺼번에 그림을 좀 많이 올리는 방법 누가 알면 좀

 갈켜 줘요.*^^*

다음에는 동행예정자인 C선배를 어떻게 산에서 다시 접선해서 다음 날 부터 같이 산행한 얘기를

연재하겠습니다.

 

왜 약속시간에 못 나왔는지, 통화는 왜 안되었던지 하는 기막힌 얘기를 전해 드릴께요.

 

내일 간부교육이 있어서 준비도 좀 해야 겠고해서  그만.